굿즈 ‘미디어셀러’ 열풍을 견인한 드라마 의 대본집 1, 2권. 사진출처=교보문고
굿즈 ‘미디어셀러’ 열풍을 견인한 드라마 의 대본집 1, 2권. 사진출처=교보문고

[ K trendy NEWS 윤상길 주필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생활은 주로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이른바 ‘디지털 라이프’라고 불리는 새로운 생활 양식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 업무, 학업, 여가 등의 생활영역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시작하면서 등장했다.

주목할 것은 이 기간의 ‘디지털 라이프’란 제한적인 물리적 공간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제한적 상황이 유연해지면 이런 생활 양식에도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내재해 있다.

디지털 라이프는 “모든 개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 기기로나, 네트워크에 연결함으로써 보다 편리하고, 즐겁고, 효율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론적 정의이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을 묘사한 듯하다.

‘위드 팬데믹’ 시대로 전환되었다지만. 많은 사람은 비대면 생활에 익숙하가. 여전히 ‘디지털 라이프’를 즐긴다. 가장 두드러진 ‘디지털 라이프’는 문화생활 분야에서 나타난다. 영화관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즐겨 찾고, 오프라인 서점보다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온라인 서점의 경우 지난 3년간 단행본 판매량이 해마다 7% 내외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비대면 업무와 학업 등 반강제적으로 집에 있는 시기가 길어지다 보니까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활동 중의 하나로 독서를 택하게 된 것 같다”라고 분석한다.

흥미로운 내용은 인기를 끌거나 화제가 된 TV 및 OTT 드라마나 영화의 대본집 및 각본집이 국내 도서출판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미디어 셀러’ ‘드라마 셀러’인 이들 대본집이나 각본집은 2020년부터 꾸준히 판매가 늘다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배 이상 폭증세를 기록 중이다.

대표적 온라인 서점인 예스24가 올해의 베스트셀러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2030의 주도로 대본집을 ‘굿즈’(연예인이나 스포츠 팬을 대상으로 디자인한 상품)처럼 소장하는 독자가 예년에 비해 100% 이상 증가했다. 예년과 다른 새로운 도서 트렌드가 형성된 모양새다.

팬데믹 초기에는 소크라테스의 “남의 책을 읽는 것에 시간을 보내라.”라는 조언을 따랐다면, 요즘은 이 조언에 독자의 팬심이 더해 책을 ‘굿즈’로 구매하고 있다. 출판사들도 드라마나 영화 대본집 및 각본집을 앞다퉈 출간하고 있고, 서점가도 판촉 활동을 강화할 태세다.

인생 영화나 드라마를 언제 어디서나 OTT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는 시대지만, 영화 포스터를 소장하듯 대본집이나 원작 도서를 굿즈처럼 소장하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 구매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이제는 시간이 나면 온라인 서점을 쇼핑하는 게 2030 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총알 배송에 친환경 배송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예스24 집계 결과, 올해 출간된 영화·드라마 연계 도서는 78종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많이 발행됐다. 판매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2년은 지난해 대비 약 138.97%의 높은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중 2030 독자의 구매 비율이 58.7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굿즈 ‘미디어셀러’ 열풍은 지난 9월 이후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본집 1, 2권이 견인하고 있다. 무삭제 대본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9월 15일 정식 출간된 이후 예스24에서만 하루 1만권 이상 팔리며, 곧바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진입해 화제를 모았다.

왼쪽부터 연말 집계에서 1~5위에 오른 , 드라마  대본집, 웹드라마 의 포토에세이. 사진출처=교보문고.
왼쪽부터 연말 집계에서 1~5위에 오른 , 드라마 대본집, 웹드라마 의 포토에세이. 사진출처=교보문고.

20대가 구매한 2022년 영화·드라마 연계 도서 베스트셀러 1위는 N차 관람 열풍을 이끈 박찬욱 감독, 박해일 탕웨이 주연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 <헤어질 결심 각본>(을유문화사 펴냄)이 차지했다.

유행어로 등극한 명대사는 물론 영화에서는 삭제된 장면들까지 만날 수 있는 <헤어질 결심 각본>은 2022년 종합 베스트셀러 19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2월 마지막 주 현재 이 책은 교보문고 예술대중문화 부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또 올 초 방영된 드라마 <그해 우리는>(연출 김윤진, 최우식 김다미 주연) 대본집인 <그해 우리는 2’>, <그해 우리는 1’>(김영사 펴냄)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웹드라마 <시맨틱 에러>(연출 김수정)의 <시맨틱 에러 포토에세이>와 <시맨틱 에러 대본집>이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인기작으로 손꼽히며 개봉 후 입소문으로 역주행 중인 일본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감독 미키 타카히로, 미치에다 슌스케 주연)의 원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모모 펴냄)가 6위를 기록했다.

대본집과 각본집의 판매는 여전히 증가 추세이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대본집 및 각본집의 전년 동기(매년 1∼8월) 대비 판매 증가율은 2019년 57.8%를 기록한 이래 2020년 66.0%, 2021년 33.4%로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올해 109.8%로 폭증세를 보인다.

대본집과 각본집이 큰 인기를 끌면서 출판사들도 보통 2000부 안팎을 찍어내는 보통 도서의 초판과 달리 대본집이나 각본집의 경우 초판 수만 부를 찍어내기도 한다. 교보문고를 비롯해 대형 서점들 역시 대본집과 각본집만을 별도로 묶은 매대를 설치하고 있다.

도서출판 시장에서 대본집 및 각본집 인기는 2020년 3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각본집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됐고, 마침내 올해 시장을 강타하는 태풍이 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각본집이나 원작 도서의 인기 트렌드에는 팬덤 문화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같은 영화도 다양한 영화관을 비교해 관람하거나 여러 번 보면서 미장센을 찾는 것처럼 대사를 활자로 읽으며 영화의 여운을 즐기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대본집이나 각본집은 기존 베스트셀러와 달리 충성도 높은 팬덤층에 의한 구매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왜 사람들은 인기 드라마 대본집이나 영화 각본집을 찾는 것일까. 드라마나 영화 작품을 더 이해하거나 몰입해 수용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미디어셀러에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더 있는 일도 있고, 인물들의 감정이나 심리를 더 잘 알 수 있는 데다가, 텍스트로 읽다 보면 영화나 드라마 장면이 떠올라 상상력이 자극되고 몰입감도 올라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영(방영) 중인 영화(드라마)의 대본집을 구매해 대본집과 상영(방영)분을 대조하며 감상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서점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더 세련되고 부가가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대본집과 각본집을 만드는 한편, 도서출판 시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한다.

2023년에도 ‘미디어셀러’ 또는 ‘드라마셀러’로 불리는 영화 각본집이나 드라마 극본집 출판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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